나의 직장 생활 첫 프로젝트. '맑은 고딕' 프로젝트
맑은고딕은 우리나라 최초의 TTF 힌팅 폰트입니다.
2002년에 산돌글자은행(현재, 산돌커뮤니케이션) 입사 2주만에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가 바로, 맑은고딕 프로젝트(힌팅 프로젝트)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힌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논문과 기술문서를 찾아 연구하고 번역하느라 정말 바빴습니다. 설날에도 번역하느라 어디 움직이지도 못했으니, 정말 고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고, 그 분들 덕에 맑은고딕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저에게는 하나의 큰 커리어가 되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는 현재 좋은글씨를 운영하시는 이경배 소장님, 힌팅 디자이너 4명, 본인으로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힌팅 디자이너 4명 중, 현재 폰트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은 산돌의 최모 팀장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그 사이, 모두들 폰트 업계를 떠난 있는 상태이죠. :(
그 후, 산돌 퇴사 후 좋은글씨에 입사한 후, 이경배 소장님과 함께 맑은고딕에 대한 기사를 2007년에 PC-line이라는 컴퓨터 잡지에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오랜만에 찾아 정리하여 올려 봅니다. 내용이 정말 길어 여러 개의 포스트로 나누어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비트맵 폰트가 임베딩된 Windows UI 폰트, 굴림체
장수한 UI 폰트, 굴림체
윈도의 UI 폰트로 굴림체가 사용된지가 10년이 넘었다. 이미 오래전에 출판시장에서 사라졌던 굴림체는 윈도 95와 함께 스크린 폰트로 다시 컴백하게 된다. 이후로 굴림체는 10년이 넘게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스크린에서나 유저들의 출력폰트로 쓰여져 왔다. 개인적으로 굴림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폰트라는 것이 매일 모니터에나 출력물에 보이다 보면 정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타의든 자의든 어쨌든 습관적으로 쓰여지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굴림체는 이제 온라인 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한글폰트로 자리 잡았다.
굴림체의 단점
굴림체는 잘 알겠지만, 화면에 보이는 폰트와 인쇄되는 폰트의 포맷이 다르다. 화면에는 비트맵폰트(Bitmap font)로 디스플레이가 되고, 프린터를 통해 인쇄가 될 때에는 아웃라인(outline)으로 인쇄된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들은 모니터 화면용과 인쇄용이 다른 폰트를 사용한 것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화면의 폰트 크기나, Layout과 실제 종이로 인쇄 된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두 이 문제에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새로운 OS는 새로운 기술의, 새로운 UI 폰트와 함께
새로운 OS 출시 계획과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도래
Windosw XP 이후, 새로운 OS를 출시할 계획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여러가지 새로운 기능들을 넣고자 하였고, 그 중의 하나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폰트였다. 개인용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고, 정보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정보의 습득 및 활용이 기존 인쇄물에만 한정되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게 되었다. 즉, 온스크린(on-screen)용 폰트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트맵 데이터가 임베딩된 폰트보다는 아웃라인 힌팅이 적용된 폰트를 개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LCD에 최적화된 힌팅 기술, 클리어타입(ClearType) 힌팅 기법
그런 시점에서 또 하나 관건이 되었던 것은, 바로 어떤 힌팅 기법을 이용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2002년에 폰트를 개발하기 시작하던 당시에는 17~19인치 CRT가 대부분 쓰이고 있었고, LCD의 보급이 활발해지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에 맞는 힌팅보다는 차기 OS가 출시되는 시점에서의 상황예측이 필요했다. 결국, 모니터 교환주기 및 LCD 가격의 하락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가장 적합한 힌팅기법은 LCD에 최적화된 클리어타입 힌팅으로 결정내리게 된다. 그리고, Windows Vista에서는 세로방향 앤티앨리어싱 기능까지 고려한 폰트엔진이 들어가기에, 클리어타입보다 한층 더 발전한 힌팅기법을 활용하기로 결정하였다.
Windows Vista 출시와 맑은 고딕의 의의
그리고,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2006년 12월에 MS에서 Windows Vista가 출시 되었다. 여러가지가 변했지만, UI 폰트도 큰 비중으로 변화에 동참하였다.
폰트를 만든 디자이너로써 굳이 표현을 하자면, 한글폰트에 한 획을 그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맑은고딕체는 중요한 폰트이다. 한글폰트로는 처음으로 온스크린 전용폰트로 제작 되었고, 앞으로 폰트가 나아갈 미래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앞에서 서술한 굴림체의 문제를 보완한 폰트이다. 맑은고딕체는 모니터 스크린에 보이는 것과 인쇄된 상황이 똑같이 출력되는 폰트이다.
처음부터, 컨셉이 온스크린 전용에 맞게 설정되었고, 디자인도 모니터 스크린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맑은 고딕의 디자인적 특징
디자인 컨셉
맑은 고딕은 ClearType 기술을 채택하여 개발한 한글 폰트이며, 특히 스크린 상에서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한다. 기본 모듈은 훈민정음의 글자체를 기반으로 제작하였으며, 모던한 자형과 곧고 잘 정리된 획을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하였다. 글자의 속공간을 알맞게 확보하여 작은 크기에서도 판독성을 높였으며, 고른 자간과 상단에 맞춰진 시각 중심선으로 가독성을 극대화하였다.
네모틀 구조(모듈)
짧은 단어와 문장으로 사용 되는 UI폰트에 적합한 구조로, 스크린에 조판 되었을 때 정돈된 연출로 시각적 불균형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한글을 힌팅 처리 시 공간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친밀성과 가독성
기존 고딕 계열의 장체 스타일로 디자인하여 친숙함을 유도하였으며, 세로쓰기를 병행했던 기존 고딕체는 자간이 고르지 못했으나, 가로쓰기 전용으로 제작된 맑은고딕체는 글자와 글자 사이의 알맞은 공간을 확보하여 고른 자간과 안정성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모던한 디자인
자소의 크기 비례가 불규칙 할 경우 주목성이 떨어져, 이는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맑은고딕체는 시각적으로 자소들을 균등하게 처리하여 주목성을 높였다.
또한, 기존 고딕체는 아나로그 폰트의 불필요한 장식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온 스크린 상에서 시각적 저해를 가져오는 반면, 맑은고딕체는 이러한 불필요한 장식들을 제거하여, 글을 읽을 때 시각적인 안정을 유도하도록 하였으며,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은 현대적 감각을 부여한 미래형 폰트로 제작 되었다.
가시성과 판독성
맑은고딕체는 기존 고딕체에 비해 자음과 받침, 특히 "ㅇ" 을 시원스럽게 제작, 동일한 포인트에서도 기존 고딕체보다 좀 더 명확하고 시원하게 보이도록 하여, 온 스크린상에서의 가시성과 판독성을 극대화 시켰다.
전용성
기존 고딕에 "ㅊ", "ㅎ" 계열은 꼭지점들이 가로로 누워 있어, 작은 포인트에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힌팅폰트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서 화면의 뭉침현상을 일으켜 고른 조판의 출력이 힘들다.
맑은고딕체는 이러한 단점을 보안하게 위해, 훈민정음의 "ㅊ", "ㅎ"의 형태와 같이 꼭지점을 세로로 디자인하여 온 스크린상의 뭉침 현상을 제거하였으며, 고르고 안정된 조판을 만들어 내었다.
시각중심선
시각중심선을 상단에 설정, 글자들의 윗선을 가지런히 정렬하여, 글을 읽을 때 눈의 흐름을 편안하게 유도하였다.
원래 원고가 A4로 14장 정도 되는데, 2페이지가 이 정도 나오네요;; 포스팅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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